보험대차 실태 조사를 통해 손보사의 일방적 기준에 따른 업계의 누적된 피해사례를 파악할 수 있게 됐다.
자동차 손해보험사(이하 손보사)의 일방적인 대차료 삭감과 지급 지연으로 렌터카 업계의 경영난이 심화하고 있다. 우월적 지위를 남용한 보험사의 단가 강요 행위를 근절하기 위해 정부가 제도 개선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특별시자동차대여사업조합(이하 서울조합)은 경기·강원·부산 등 지역조합과 공동으로 실시한 ‘보험대차 시장 실태조사’ 결과를 23일 발표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번 조사에서는 손보사의 일방적 기준에 따른 업계의 누적된 피해 실태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렌터카 업체의 약 64%가 청구한 대차료의 70% 미만만 수령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특히 설문에 응한 업체의 무려 99%가 “대차료 삭감을 경험했다”고 답해 삭감 관행이 업계 전반에 고착화된 것으로 확인됐다. 주요 삭감 사유로는 실제 대여한 동종 차량이 아닌 배기량만 맞춘 “동급 최저요금 기준 적용”이 압도적 1위를 차지했다. 대형 렌터카사의 할인 요금표 강요, 대차 인정 기간 초과 주장, 차량 연식 및 등급 불인정이 그 뒤를 이었다.
응답 업체의 약 64%는 대차료의 실제 수령 비율은 70% 미만에 불과하다고 답했으며, 이 중 청구한 대차료의 60%~65% 수준만 수령한다는 응답이 31%로 가장 많았다. 연간 피해액은 ‘1,000만 원 이상 3,000만 원 미만’ 구간이 가장 많았으나 5,000만 원 이상인 업체도 24개사에 달했다. 그러나 소송 비용과 시간적 부담 때문에 이의제기를 포기하고 손실을 감수하고 있는 실정이다.
렌터카 업체들은 보험사가 제시한 과도한 할인 요금표를 강요받고 있다. 이를 거부하는 경우 대차료 지급 지연(62건), 계약 해지 통보(7건) 등의 보복성 불이익 조치를 당한 것으로 조사됐다. 응답 업체의 96%가 지급 지연을 겪었으며, 이 중에는 1개월 이상 대기한 경우(78%), 3개월 이상 장기 지연되거나 소송을 거쳐 수령한 경우(23%)도 있었다.
서울조합을 비롯한 렌터카 업계는 현재 보험대차 시장이 손보사의 일방적인 가격 결정과 지급 기준으로 인해 만성적인 적자가 누적되는 ‘구조적 불공정 상태’라고 규정했다. 이에 따라 교통사고 피해자의 실질적이고 완전한 피해 회복과 렌터카 업계의 생존권 보장을 위해 정부 차원의 즉각적인 제도 개선을 요구하며 5대 대정부 공개 건의사항을 발표했다.
△자동차보험 표준약관 상 대차료 지급 기준을 ‘동급’이 아닌 ‘동종(사용가치 인정)’ 차량 기준으로 환원할 것 △대등한 지위에서의 협의를 위한 ‘보험대차협의회’를 공식 법제화할 것 △손보사의 고의적인 대차료 지급 지연을 막기 위한 ‘지급 지연 이자’를 법제화할 것 △보험사의 우월적 지위 남용 및 불공정 거래 행위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의 직권조사를 강화할 것 △사고 차량 고객을 선점하고 시장 요금을 하락시키는 정비공업사의 불법 유상운송 단속을 강화할 것이다.
서울조합 박성호 이사장은 “현재의 구조는 렌터카 업체에 실제 제공한 차량 원가에도 못 미치는 금액을 강요하는 형태”라며 “소비자인 교통사고 피해자의 권익을 보호하고 대여사업자와 손보사 간의 공정한 거래 질서를 확립하기 위해 손보업계와 금융당국이 이번 공개 건의안을 수용하고 제도 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강력히 촉구했다.
강석봉 기자 ksb@kyunghyang.com
출처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144/0001122481?sid=103